구르미크 스튜디오
리틀 포레스트 (Little Forest, 2018) 본문
힐링영화라고 많이 들었는데 정말 그렇다. 이렇게 유해하지 않고 편안하게 기분좋은 영화는 오랜만이었다. 정갈하고 깔끔해서 보고만 있어도 정화되는 느낌이라할까... 일본 원작이라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현지화를 했지만 곳곳에 스며 있는 일본 특유의 분위기까지 바꿀 순 없었던 것 같다ㅋㅋ 양배추빈대떡은 오코노미야끼, 시골 구석에서 무려 크렘브륄레를 만들어 먹는 중년여성이나, 하루아침에 갑자기 딸을 혼자 두고 떠나버리는 어머니 같은 요소들이 참 일본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전반적인 분위기에서 카모메 식당이 많이 생각났다. 감독이 달라도 일본 영화에서 약속이나 한 듯 항상 느껴지는 특유의 여백이 좋았다. 정갈하고 근면한 루틴(여기서는 요리)을 통해 마음의 소박함을 회복하는 것도, 시골에 있음에도 도시적 센티멘탈리즘을 간직하고 있는 것도(ㅋㅋ) 일본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런 요소들이 한국적인 배경, 요소랑 섞여서 느낌이 묘했다.
인물들도 입체적이고, 그러면서도 여백이 있어서(필요이상으로 많이 등장하지 않아서) 좋았다. 주인공도 주인공의 어머니도 뚜렷하고 생명력 있는 캐릭터라 편안하고 좋았음. 각자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의지를 갖고 자신의 길을 가는 게 머싯다고 생각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는 없을지라도. 사실 그런 안 맞아떨어지는 점이 인생의 진실에 더 가깝지 않겠는가.
주인공은 시종일관 농사를 짓고 요리를 하고 맛있게 먹는데, 그 일련의 과정에 ASMR같은 편안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예쁘고 맛있어 보이는 요리를 보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요리와 농사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요리와 농사 둘 다 삶을 가꾸는 일과 유사해서, 요즘은 인생에서 반드시 배워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배우고 연습하면 평생의 자산이 되는. 농사는 제대로 해보지 못했지만, 요리는 하면 기분도 좋고 몸에도 좋고 삶에도 좋크든요. 주인공이 혼자서 잘먹고 잘사는 모습이 멋있어서 나도 내 삶의 문제들을 혼자서 잘 해결해낼 수 있는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더 정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혜원이 누구한테 굳이 의지하지 않고도 잘먹고 잘사는게 뭐 특별한 것도 아닌 것처럼 당연하게 그려져서 더 좋았다. (사실이지만 그렇게 잘 그려내지 않으니까) 김태리배우도 생명력 있는 주인공과 너무 잘 어울렸고 문소리배우도 그랬다. 강아지님도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엔딩크레딧 마지막쯤에 '이 영화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 동식물들께 감사합니다'라고 써 있었는데 끝까지 너무 좋았다.
영상도 색감도 깔끔하고 아름다웠고 전반적으로 보기 드물게 쾌적하고 편안한 영화였다.
(2019년 7월 30일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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